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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학연수:산페르난도 시장의 추억과 그리움
작성자
정보통신과 이소연
등록일
2012-10-15
조회수
5011

<활동 보고서>

이소연 정보통신학과 1학년 재학

 

이번 어학연수는 내가 대학에 들어 온 이래로 첫 어학연수였다. 이곳 돈호노리오 대학(이하 다부스)에서 무엇보다 내 기억에 인상깊게 남은 프로그램은 1:1 수업시간이였다. 1:1 수업에서 BATCH1으로 배정받은 나는 보통 그룹

수업이 끝난 뒤, 점심식사를 끝내고 바로 수업을 듣는데, 우리 호스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강의실은 늘 에어컨을 틀어주어서 시원했다.

 

1:1 선생님들도 더운나라 사람이지만 시원한것을 좋아하는지 가끔 가다가 자리를 옮겨 에어컨 앞에서 수업하곤 했다. 본래 수업받는 공간은 우리나라의 공중전화부스보다 약간 큰 너비로 위가 오픈되어잇는 작은 공간이였는데, 천장에 달려있는 선풍기 바람이 닿지 않는 공간은 정말 더웠다. 가끔가다가 서너마리의 모기들에게 물리기도 하고.. 내가 수업을 받기 위해 부스 안으로 들어가면 1:1 선생님은 먼저 와 기다리고 계신다.

1:1 선생님들의 직업은 가지각색이였는데, 시간제 강사부터 시작해서 교수까지 다양했다. 다른 학생들 중 일부는 한 1:1 선생님이 다른 날 중복되기도 하는데, 난 일주일 모두 다 다른 선생님들이였다. (이렇게 배정 받은 선생들은 다음 주 같은 요일이 되면 또다시 만날 수 있다.) 다들 좋은 선생님들이였고, 난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워간 듯 하다.

 

특히, 매주 수요일이면 볼 수 있는 루 교수님은 성격이 매우 호쾌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그녀를 만날 때 마다, 타국에 와서 약간은 외로웠던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루는 다부스 학교 내에서 성가대를 햇는데, 나는 그녀가 카톨릭 축제날(마침 우리가 연수기간에 포함되어 있어 직접 즐길 수 있었다.)

 

모두가 부르는 성가에 맞춰 피아노를 치는 장면을 보았다. 정말 멋있었다! 그녀는 또한 내게 이곳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의 생각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선사해 주기도 했다. 물론 그 외 1:1 선생님들도 모두 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수업 내용을 대충 넘기며 자꾸 시계만 들여다보던 크리첼 앤(?)만 빼고.

 

1:1 수업시간이 끝이나면 난 다부스 학교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거나, 도서관에 놀러가기도 햇다.

 

 

이 곳 다부스의 도서관은 한국 내 지역 도서관 보다 못한게 책도 많지 않았고, 2층짜리 건물이기는 한데 1층은 토론방 처럼 테이블이 자리를 차지했고 주로 책이 있는 곳이 2층이였으며, 그 마저도 책장 수가 적어 우리학교 도서관 1층의 한 부분보다도 못햇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전공 서적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COMPUTER SCIENCE 계열이라고 써져있고 그 밑으로 책들이 있었다. 하지만 오래전에 쓰여진(주로 2000~2006년대)책들이 대다수 여서 내가 보기에는 열악하게만 보였다.

 

내 전공이 정보통신인데, 컴퓨터 쪽은 어떤 것이 되었던지 간에 대체로 수명이 짧아 주기적으로 지식을 업데이트 해줘야 한다는걸 알고있다. 하지만 이곳 다부스 대학은 학생들에게 이를 충족해 주지는 못하는 듯 했다. PM 5시가 되면 도서관이 문을 닫고, 난 기숙사로 돌아가거나 거의 끝물자락을 판매하고 있는 매점으로 향하곤 했다.

 

학교 안에는 작은 규모의 매점이 여럿있다. 주로 과자나 음료수 그리고 학생들이 점심시간때 간단히 사 먹을 수 있는 식사들을 판매했다. 그 중애서도 난 통칭 '환상의 뒷골목'(우리 연수생들은 그리 불렀다ㅋㅋ)에서 판매하는 '치킨 필레 버거'를 좋아했는데 25페소(한화 약 750원)면 든든히 먹을 수 있었다.

 

연수기간동안 학교 밖을 오랜 시간 나가 있었던 적이 종종 있었는데, 생필품을 사러갔던 적을 제외하고는 관광으로 2번 있었다. 한번은 일정에 포함되어있던 관광이였고, 또 다른 한번은 1:1 선생님하고 함께간 산페르난도 시장이였다.

 

다 같이 가봤던 관광은 타 연수생들이 얘기할 것이라 믿고, 난 산페르난도 시장에 다녀온 기행에 대해서 쓰겠다.

 

산페르난도 시장은 허 교수님이 가지 말라 경고하시던 곳이였다. 이유는 그곳에 위험한 소매치기들도 많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들이 학교의 보호없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혹시라도 사고가 생길까 염려해서이다.

하지만 우리는 1:1 선생님과 함께 동행한다는 하에 다녀오겠다고 허락을

구했다.

허 교수님은 우리에게 결국 ok사인을 해주셨다. 그렇게 우리 5명(사생활을 위해 멤버 이름에 대해서는 극구 함구하겠다.ㅋㅋ)은 시장을 둘러보았다.

길 거리를 관광하다가 참으로 반가운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길거리 매장에 LG의 초기 브랜드 GOLD STAR가 아직까지도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중고 매장인 듯 했지만 아직도 외관이 말끔했고, 내게 마치 이름만 GOLD STAR기로 다른 곳에서 생산한 것 같은 의심을 주기도 했다.

 

좀더 깊게 살피고 싶었다만, 가게 주인에게 우리가 그 것을 살 것이라고 보였는지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나려하여 우리는 얼른 눈길을 돌렸다. 시장은 대체로 북적거렸는데 오늘따라 비가 많이 와서 사람들이 모두 비를 피해

상가 안쪽으로만 다녔다.

상가들을 보고 있자면 다들 색이 바라고 때 묻은 느낌이 나는데 1:1 선생님 말로는 대부분이 1960대에 세워진 건물들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시장 거리를 둘러보고 시장 근처에 있는 ANGELES RARISH 성당을 보러 갔다.

 

ANGELES RARISH 성당은 상당히 오래전에 세워진 건물인데, 스페인이 필리핀을 점령하던 시절까지 견뎌냈다는 말에 놀랍기도, 어찌보면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건축물이 너무도 아름다워 그러한 슬픔을 느낄새도 없이 감상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비와 함께하던 산페르난도 관광이 끝나고 우리는 무사히 학교로 귀하했다.

 

어느새인가 한달이 지나가고 난 다시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서있었다. 처음 마닐라 공항에 발을 들였을 때는 무서움과 설레임이 공존했었지만,

지금은 함께했던 추억들과 작은 아쉬움이 내게 남아있다.

물론 처음의 목표는 어학실력 향상이였지만, 어느 순간에 생겨난, 소박했지만 행복해보이던 필리핀 사람들을 향한 그리움과 그 나라의 수수한 향취가 나를 부르는 듯 하다.

 

다음의 목표라면 친구들과 필리핀을 여행하는 것이다. 물론 어학실력을 완전히 향상시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