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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필리핀 어학연수 그 후
작성자
관광과 김문희
등록일
2012-10-12
조회수
5331

■새로운 만남. 영어 공부.

 

필리핀 행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 가서 필리핀 음식이 입에 안 맞을까 걱정해서 한국 음식을 잔뜩 챙겨주시는 부모님과 필리핀에 잘 갔다 오라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보며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이 점점 실감이 났다.

 

처음 한국 땅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는 기회였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어학연수는 어학연수 이상의 설렘과 기대를 주었다. 7월 9일 새벽 1시 30분에 학교 본관 앞에 모여 학교버스를 타고 5시간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고 모두들 분주했다.

 

우리를 안전히 필리핀까지 데려다 주려고 인솔교수님으로 우리 과 학과장이신 김진동 교수님이 오셨고, 교수님과 안내자분과 연수생30명 대표자가 티켓팅을 하고 비행기타는 곳까지 우리를 이끌었다.

아슬아슬하게 비행기에 모두 탑승이 완료되었고 3시간의 하늘여행이 시작되었다. 3시간 후 필리핀 마닐라공항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위해 서류에 기입하는데 이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영어로 되어있고 필리핀학교 주소를 쓰는 등 기입방법 안내표지가 붙어있긴 했지만 우리의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개인이나 학교에서 이런 것을 미리알고 한번 씩만 연습하고 갔더라면 당황하는 일과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 없었을 텐데 아쉽다. 도착하자마자 이런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해외에 왔다는 것을 더 느낄 수 있었고 벌써부터 경험이 한 가지 생겼다는 것에 웃으며 공항을 나왔다.

공항에서 나왔을 때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사람이 아니라 날씨였다. 필리핀이 덥다는 것은 예상하고 왔지만 습기가 엄청났다. 더운데 습하기까지 하니 인상은 절로 찌푸려졌고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버스를 타고 우리가 공부할 학교에 가는 도중 타이어에 펑크가 났고 모두들 잠에서 깨 긴장한 체 학교까지 갔다.

 

우리 어학연수팀 30명이 공부할 학교는 15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필리핀 국립대학교 돈호노리오대학(Don Honorio Ventura Technological State University)이다. 우리에게는 Batch1과 Batch2로 나뉘는 1:1수업과 그룹수업이 있었다. 레벨테스트를 통하여 나는 Batch1의 1:1수업 2시간과 그룹수업 5시간이 배정되었고, 매일 7시 30분에 시작해서 3시30분에 끝이 났다. hostel에서 내가 쓰는 방은 4인실이었으며 우리 과 언니들 2명과 계원예술대학의 연수팀의 언니와 함께 룸메이트가 되었다. 짐을 풀고 주의사항을 들으며 필리핀 어학연수의 첫 날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다음 날 환영식을 마치고 두근두근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1:1 수업은 강의실 안에 조그마한 방이 쭉 붙어있는 형태로 한국에는 없는 신기한 풍경이었다. 하루에 하나의 기사를 읽고 듣고 토론하며 문법공부와 프리토킹도 이루어 졌다. 2시간동안 영어로만 듣고 이야기하려고하니 어색했지만 선생님은 이해가 될 때까지 풀고 풀어서 설명해주시고 일어나셔서 칠판에 그림을 그리는 등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셨다.

 

그 열정에 나도 용기가 생겼고 몸짓 발짓, 소리, 그림까지 모두 동원하여 나의 생각을 전달하려 노력했다. 나의 생각을 전달해서 선생님이 그것을 알아듣고 Ah!!!!라고 외칠 때의 쾌감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머릿속에선 또 쉴 새 없이 영어단어와 문장을 생각했다.

 

그룹수업 때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앞에 계신 선생님에게만 집중하며 스스로 나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니 많은 영어단어와 문장을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생각해야 했다.

또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며 잘못된 부분은 바로바로 교정을 받았다. 이 수업을 통해 그동안 시험을 위해 해왔던 영어공부가아니라 정말 언어로써의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느꼈다. 그룹수업은 2개의 수업이 있었고 30명 전체가 함께 수업을 받았다.

 

하나는 Grace 교수님의 수업인데 이 수업시간에는 문법과 발음을 주로 공부하였다. 하루의 수업을 복습하고 다음 수업 때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내가 어느 정도 공부가 되고 있는지 확인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Veny 교수님의 수업인데 이 수업시간에는 노래와 율동으로 영어에 좀 더 쉽게 다가간 후 기사를 읽고 토론하는 식으로 공부하였다. 그룹수업시간에는 모르는 것을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을 통해 여러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생각의 폭과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체계적인 시스템의 수업은 하루하루, 차곡차곡 나의 머릿속에 쌓여갔다.

 

 

■영어. 그 이상의 공부.

 

평일엔 수업을 하고 주말은 우리나라처럼 휴일이다. 필리핀에서의 주말은 우리에게 필리핀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도착한 후 첫 주말 우리는 모두 마닐라로 여행을 떠났다. 필리핀의 수도인 만큼 큰 빌딩들이 많았고 사람들도, 자동차들도 많았다. 첫 여행 장소는 안트라무로스(Intramuros)! 스페인이 필리핀을 통치하기 위해 지은 성벽도시로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많은 부분이 손실된 후 복원과정을 거쳐진 곳이다.

 

엄청난 높이의 성벽과 많은 감옥들이 보니 그 당시의 많은 아픔이 전달되어 마음 한편이 묵직했고, 관람하는데 더욱 더 진중해졌다. 그 다음으로는 마닐라 성어거스틴대성당(Manila Saint Augustine Cathedral)!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며 건축된 이래로 여러 차례의 대지진에도 파괴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기적의 교회'라고 불린다.

갔을 때 사람들이 예배를 하고 있었고, 이 곳 또 한 보자마자 스페인의 영향으로 인해 유럽식 건물양식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트라무로스 내에서는 마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지나가는 거리를 더욱 더 필리핀답게 느낄 수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봤다면 단지 관람에 그쳤을 것이 몸소 마차를 타고 보니 새롭게 보게 되고 새롭게 보였다. 필리핀 문화센터(Cultural Center of the Philippines)에서는 발레·콘서트·연극 등의 예술 공연이 열리고 국제회의도 열린다. 그곳의 유리는 통유리로 밖에서 사람들이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이것을 보고 평범한 시각을 넘어서 사람들을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고 시각이 넓어 졌다. 리잘 공원(Rizal Park)은 필리핀의 국민적 영웅 호세 리잘(Jose Rizal)을 기리는 공원이다.

 

엄청나게 넓은 원이 잘 가꾸어진 휴식공간으로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잘 꾸며진 공원과 철저한 경비를 보고 필리핀의 영웅을 기리는 필리핀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광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어도 오늘 본 모든 곳이 이방인의 눈에 그저 사진찍기 좋은 낯선 곳이 된다면 정말 안타까워 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관광자의 시각을 넓힐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몰오브아시아(Mall of Asia)를 구경 갔다가 hostel로 돌아왔다. 필리핀의 첫 여행이니만큼 들떴었고 관광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이런 기회를 마주하지 못했다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아쉽고 찝찝한 기분이 들었을 텐데, 한 나라의 수도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건축양식과 이 나라 사람들의 가치관을 이해 한 후 더욱 더 필리핀을 가깝게 느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7시 30분 첫 수업에 갈 준비를 하고, Dante와 Dindo가 준비해 준 아침밥을 먹고 부랴부랴 수업에 가고, 수업이 끝나면 학교구경을 하면서 길을 물으며 필리핀 친구들을 사귀고, 저녁엔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주말엔 SM몰에 가서 식도락을 신나게 즐기던 필리핀에서의 하루하루가 적응이 되어 갈 때쯤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해야 했다. 27일간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어학연수를 통해 어학능력 뿐만 아니라 외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기에 나의 첫 어학연수는 별 다섯 개를 줘도 무방하다.

 

그 만큼 뜻 깊은 시간이었고 어학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많은 것을 배웠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을 넘어서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에 감사하고, 필리핀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그립고 서로의 언어와 생활방식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도 그립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필리핀에서의 수업과 교수님들의 열정을 생각하며 꾸준히 공부를 해서 지금 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으로 그들을 볼 것을 약속한다.